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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Queen- 

 무대 위의 여왕이 돌아왔다. 소녀가 아닌 뮤지션으로, 남과 다른 사운드로, 두 뼘 더 성숙한 생각으로, 데뷔 5년째를 맞이한 아이유란 이름으로, 




Ceci 정규 3집 <모던 타임즈> 컴백이 며칠 남지않았죠. 기분이 어떤가요? (인터뷰당일 10월 2일) 
아이유 어제까지도 괜찮았는데, 방금 KBS '스케치북'의 미팅을 마치고 왔더니 실감이 마구 밀려와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그래서 더 공들이고픈 무대라서 그런가봐요. 

Ceci 실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나요, 아니면 설레나요? 
아이유 완전 무거워요. 며칠 전부터 컴백을 앞두고 식단을 조절했는데, 오늘 입이 풀려 계속 먹은거예요. 떡볶이, 제육볶음, 김치볶음으로 짠 음식 투어를 한 뒤에 카페에서, (유)인나언니를 만나서 케이크와 미숫가루, 고구마라떼까지 끝장냈어요. 저 진짜 많이 먹거든요. 아휴, 내일도 사진 촬영을 하는데 죄책감을 등에 제대로 업은거죠. 잠시 후엔 연습실에 가서 땀과 죄책감을 쫙 빼려고요.(웃음) 지금 이 순간부터 1분마다 긴장감이 심해질 것 같아요. 

Ceci 컴백에 앞서 긴장을 하지않는 타입이라 예상했어요. 
아이유 웬만하면 긴장을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컴백 곡 '분홍신'의 안무의 강도가 세고, 표정 연기의 난이도도 높아요. 이제껏 해보지 않던 요소를 모두 살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죠. 또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최근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해 더 신경 쓰이기도 해요. 근데 돌이켜보면 그 기간이 오히려 돌연변이 기간이었나봐요. 항상 통통했는데, '좋은 날'과 '너랑 나'로 활동하던 2년 동안 살이 쭉쭉 빠졌거든요. 그땐 아무리 야식을 먹어도, 과식을 해도 살이 빠져서 '불쌍하다'느니, '기아''초딩'이란 얘기를 듣느라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살이 쭉쭉 찌니까 이게 뭔가 싶어요.(웃음) 올해 초부터 운동을 시작했더니 몸이 건강해져 원래대로 돌아오는 중인가 봐요. 슬픈 건지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Ceci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놀랐어요. 당신은 가냘프잖아요. 아티스트로서 컴백 이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고 싶은 욕심인가요? 
아이유 참 다행인게 아직까진 '아이유는 말랐다'는 이미지의 덕을 봤어요. 하지만 예전보다 5kg이나 증폭한걸요.(웃음) 먹는 낙이 줄어들면 즐거움을 잃잖아요. 솔직히 얼굴에만 살이 안 찌면 다이어트따윈 평생 안 할 것 같아요. 전 얼굴부터 살이 찌는 타입이라 힘들죠. 

Ceci <모던 타임즈> 티저가 화제였어요. 섹시와 시크, 강렬함이란 단어는 이전의 아이유와는 멀다고 여겼거든요. 
아이유 저도 촬영하면서 계속 웃었어요. (Ceci 웃겼어요?) 이제껏 안 해본 것을 시도하니까 어색할 겨를도 없었어요. 하나의 캐릭터를 입어 연기하는 느낌이랄까. 거울 속에 모르는 사람이 서 있는 걸 보고 그냥 웃음이 났나 봐요. 스태프들에게 계속 '이제 좋아? 좋은 거예요? 큭큭큭' 물어보면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어요. 사람들 반응을 보니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고, 어울리지 않는다며 낯설고 당황스러워 하시는 분도 있고요. 반응의 간극이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Ceci 달라진 모습에서 아이유의 성인식이 시작되었구나 싶었죠. 변화를 너무 크게 받아들였군요. 
아이유 이번엔 회사의 각 파트 사람들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험했어요. 성인식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자 했다면, 좀 더 다른 식의 공을 들였을 거예요. 공개된 티져마다 분위기가 다 달라요. '여러 개를 던지면 하나는 들어가겠지, 안들어가도 상관없어, 우린 재밌는걸, 그리고 음악이 좋으니까.' 그런 생각이라 티저에 깊은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Ceci 사람들은 변화에 대해 해석하려 했어요. 어떠한 암호처럼요. 
아이유 그것도 트릭이에요. 관심을 모아놓고, 결과적으로는 어쨌든 좋은 음악으로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무대는 사실 파격적이진 않아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열심히 보여줄 거예요. 

Ceci 선택이란 얻는 게 있으면 잃은 게 또 있죠. 기존 아이유의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아이유 변신을 즐기지도 않았지만, 전전긍긍하지고 않았어요. 그저 공개되면 '이게 뭐야~ 깔깔깔' 다들 이렇게 재미있어 할 줄 알았거든요. 누구 하나 먼저 웃어주시면 '저도 섹시가 가당키나 한가요~'하면서 함께 웃으려 했는데, 희화화되지는 않아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팬들은 아이유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여있지만, 이들도 개개인이기 때문에 모든 생각이 같진 않아요. 좋아하는 이유도, 바라보는 모습도 다 다르거든요. 팬들과 대화를 할 때도 그게 어려워요. 취향이 다른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순 없다는 점요. 특히 '너랑 나'에서 보여드렸던 귀여움이나 앙큼함이 극대화된 모습을 좋아해주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이제는 다른 취향의 분들을 안아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연예인이라면 또 다른 취향의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조금씩 혹은 깊이 있게 변할 줄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팬들은 알아요. 무대 위의 '소녀소녀'스러운 모습도 제 본 모습은 아니란걸요. 

Ceci 결국 당신은 뮤지션이고 연예인이니까, 곡을 극대화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그때그때 선택해 보여주고, 많은 곡을 소화하기 위해 이미지를 넓혀가고 싶다는 건가요? 
아이유 맞아요. 그게 가장 이상적인 연예인이죠. 

Ceci 도전을 두려워하면 음악의 세계도 넓어지긴 어렵겠군요. 
아이유 보이는 이미지에 관해선 전적으로 회사의 선택에 맡겨요, 책임을 전가하죠.(웃음) 

Ceci 의외예요. 음악에 대해서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장할 것 같았거든요. 
아이유 녹음할 땐 주장이 강력해져요.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이 앨범에 들어오는 건 절대 못 참거든요. 대신 비쥬얼 콘셉트처럼 음악 외적인 부분에선 아는 게 전혀 없으니까, 의견을 따르죠. 그래서 만약 음악 외적인 부분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자아가 유체이탈하듯, 나도 내가 아닌 척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손가락질 하면서 웃을 수 있거든요. 제 선택이 아니니까요.(웃음) 

Ceci 객관화할 수 있는 장치 덕분에 멘탈이 건강할 수 있겠네요.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차용한 아이디어도 재미있었어요. 유성영화의 탄생 10주년인 1936년에 무성영화로 제작한, 당시엔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작품이었죠. 그런 뜻에서 최백호,양희은 선생님과의 작업은 의미가 깊네요. 
아이유 예전부터 회사에서 앨범에 담고팠던 주제는 현재와 과거, 세대의 통합이었어요. 이전 앨범에선 1980~90년대를 대표하는 김광진,윤종신,윤상,김현철,이적,정재형 선배님들과 즐겁게 작업했죠. 저도 당시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좋아했고요. 존경하는 최백호,양희은 선생님떼서 앨범에 함께 해주시기로 결정했을 땐 진짜 기뻤어요. 이런 식이라면 세대 화합이라는 콘셉트 아래 존경하는 분들과 작업할 수 있겠는데? 오예! 우리 회사는 짱이다!(웃음) 거창하지만 세대 통합은 좋아요. 제가 그럴 깜냥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Ceci 최백호,양희은 선생님을 존경하는 선배로 꼽은 만큼 뜻깊은 프로젝트 였겠죠. 
아이유 진짜 많이 배웠어요. 한참 어린 후배인 제가 하늘을 향해 올려다봤을 때, 그분들의 턱밑 정도만 봤을거예요. 눈,코,입은 아직 뵙지도 못했겠죠. 근데 그 턱 밑조차 너무 대단했어요. 

Ceci 구체적으로 어떤 대단함일까요? 
아이유 최백호 선생님은 지치지 않는 열정이 샘솟으셨어요. 녹음할 때 '미안합니다. 다시 할게요'를 반복하셨어요. 제 입장에선 어떻게 지금 이 노래보다 더 완벽할 수가 있을지, 매번 감동해서 입이 벌어졌어요. '아이유 씨, 아이유 양 노래가 정말 좋아요' 존대를 해주시는데, 그게 너무 송구스럽고 몸둘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하늘을 날 것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반말로 해주셨더라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또 행복했을거예요. 저같은 핏덩이를 존중해주신다는 느낌 있잖아요. 선배 가수로서 존경심뿐 아니라, 멋진 어른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어요. 양희은 선생님도요, 카리스마가 대단하세요. 완성된 '한낮의 꿈'을 듣던 3분여 내내 망했다는 좌절감밖에 들지 않아요. 선생님 목소리 뒤에 나오는 제 목소리는 정말 한심해요. 충격 받아서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죠. 다시 녹음해도 그보다 잘 부를 수도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게 제 실력인걸요. 노래의 깊이 자체가 달라요. 

Ceci 배운 게 많군요. 
아이유 녹음 후 '좀 더 목소리에 진정성을 실으면 좋겠다'는 양희은 선생님의 따뜻한 문자를 받았어요. 사실 진정성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작곡가,작사가님과 제 마음에 들도록 열심히 부르지만, 그게 진정성은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처럼 부를 수 있다면, 그걸 한번 제대로 깨우쳐보고 싶어요. 

Ceci 그건 선생님의 나이가 된 후에나 확인할 수 있는 답일까요? 
아이유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그런 깊이를 찾는다면 완전 대성공이죠. 제가 지금 선생님의 목소리와 견주는 것 자체가 시건방 그 자체지만, 하늘과 땅보다도 먼 오존층과 지하 핵정도의 차이는 역시 어마어마해요. 

Ceci 어마어마하게 많은 선배들이 당신을 칭찬했는걸요. 특히 인순이 선생님이 '애기야, 네 속엔 뭐가 들었니?'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잖아요. 
아이유 당연히 후배 기 살려주시려도 하신 말씀이라고 여겨요. 혹시나, 정말 진심으로 해주신 이야기라면 무서워요. 진짜 실력을 들킬까 봐, 그래서 실망시킬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워요. 들키기 전까지 빨리 실력을 채워놓고 싶어요. 

Ceci 그분이 궁금했던 것처럼, 당신 속에는 어떤 단어들이 채워져 있을까요? 
아이유 순간 집중력은 좀 높은 것 같아요. 대신 집중력이 제트스키처럼 지나가서 1분 이상 멋지질 못해요. 벼락치기 맞춤형 인간으로 태어났나 봐요. 정신줄을 놓는 식탐도 가득해요. 허점이 굉장히 많고요. 그리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해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람이기도 해요. 사실 저도 제가 어떤 아이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루에도 1백20번씩 변하니까요. 대체 내 진짜 모습이 뭘까, 사람에게 본성이란게 있을까 궁금해요. 엄마,동생,친구 앞에서의 나는 다 다르니까요. 상황에 맞게 그 순간을 모두 진짜로 살지만 모두 같지만 않아요. 

Ceci '좋은 날'의 후속곡이라는, 당신의 자작곡인 '싫은 날'이 실렸더군요. 콘서트 영상을 봤는데 좋았거든요. 
아이유 중학교 3학년 때 만든 곡이에요. 잊고 있다가 콘서트에서 새로운 무대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다시 끄집어냈어요. 연습생 생활하느라 굉장히 외로운 때였어요. 누군가가 따뜻함을 베풀어주면, 오히려 열등감에 꼬여 스스로 차가워졌던 것 같아요. 진짜 사람이 못날 때 그렇잖아요. 

Ceci 누구나 겪는 질풍노도의 사춘기죠. 
아이유 근데요, 요새도 한 번씩 그래요. 내가 싫으니까 남도 싫고, 세상 모든 걸 꼬아서 보고, 의욕도 사라지고, 가끔 한 번씩 그런 롤러코스터를 타요. 

Ceci 자기 힘으로 바닥을 쳐서 올라올 수만 있으면 괜찮아요. 
아이유 맞아요. 다행히 또 그래서 곡을 쓰고 감성도 나오는 것 같아요. 

Ceci 롤러코스터 덕분에 가사가 다이내믹하겠어요. 

아이유 연습생이던 중학교 때부터 외로움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매일 써요. 없으면 휴대폰에 한 줄 메모라도 해놔야 마음이 편해요. 일기 없이 잠이 들면 하루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요. 옛날 일기를 보면 굉장히 웃겨요. 정말 구질구질했네, 한심했네, 이땐 사랑스러웠구나 싶은 개인의 역사도 보이고요. 비밀스럽고 재미있어요. 


Ceci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가사 중 '사람들에게 진실이란 중요하지 않아'란 부분이 인상에 남았어요. 이번에 잡힌 루머유포자나 친구인 배우 이현우와의 영화 관람 파파라치 등 일련의 소동에서 느낀 점이었나 싶었죠. 

아이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잖아요. '누구나 비밀이 있다. 당신이 나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아느냐'는 내용요. 그 가사를 지금의 제가 불렀을 때 실리는 힘은 조금 더 크다고 봐요. '얘가 이래서 불렀나?' 혹은 '그것때문에 불렀나?' 훨씬 더 많은 이야기와 집중력이 생기겠죠. 저도 작사가님도 원하셨던 그 효과를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었어요. 


Ceci 당신이 작사를 한 '을의 연애' 제목도 재미있었어요. 누구나 연애의 을이 될 수 있지만, 스물한 살 여자 입에서 나오기엔 슬픈 말이에요. 

아이유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의 입장이 을이겠죠. 연애에선 갑과 을 없이 동등한게 가장 좋은데 말이에요. 누구나 항상 을일 수도, 갑일 수도 없어요. 일 년 후엔 갑과 을이 뒤바뀔 수도 있죠. 모든 연애마다 갑이 될 수도 없고요. 근데 따져보면 을의 입장도 딱히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더 사랑한다는 게 물론 억울하고 분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랑 감정의 맥시멈을 느끼는 거잖아요. 사랑을 주면서 채워지는 행복이 있고요. 갑은 을이 베풀면서 느끼는 사랑만큼 행복할 수 없잖아요. 팬들은 '을의 연애' 제목이 나왔을 때 모두들 엄청 슬픈 발라드라 예상했대요. 그런데 막상 가사는 유치하고 유쾌해요. 누군가 티저의 한 줄 평에 '쳐맞고 울고 있을 줄 알았는데, 싸대기를 날려버리네'라고 글을 적어주셨더라고요. 거친 표현이긴 하지만, 제목과 가사의 갭을 재치있게 설명해준 센스쟁이 표현이었어요. 


Ceci 벌써 데뷔 5주년을 맞이했어요. 아이유 혹은 여자 이지은이 그 사이 성장한 건 무엇일까요? 

아이유 자존감은 좀 생겼어요. 그래도 아직까진 남보단 떨어지는 편이지만요. (Ceci 왜 그렇게 생각해요?) 누군가 아무리 저를 하찮게 봐도, 저보다 저를 하찮게 볼 순 없어요. 그거 하난 자신 있어요. 콤플렉스라면 콤플렉스겠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자만할 수가 없다는 건 좋죠. 역설적이지만, 그런 제가 좋아요. 세상엔 자기가 바보인 줄 모르는 바보가 너무 많아요. 그런 사람 만나면 답답해요. 바보라고 말해줘도 자기가 바보인줄도 몰라요. 그래도 전 제가 바보인 줄은 아는 바보니까 괜찮은 편이죠. 물론 바보인 걸 알면서 바보 짓을 안하는게 제일 좋지만, 이 정도라도 전 괜찮아요. 


Ceci 5년간 내가 누구인지는 깨달았네요. 쾌거죠, 그것도. 

아이유 그리고 그런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이 생겼어요. 요 며칠사이 '나는 네가 바보인 걸 아는 바보라서 좋아'란 말을 열 명에게 들었거든요.(웃음) 


Ceci 진짜 친한 사람들이나 해줄 수 있는 말이죠. 

아이유 물론 저도 모두에게 바보인 걸 티내진 않지만 친한 사람들 앞에선 거리낌 없이 오픈해요. '나 바보니까, 이해해줘. 너도 같은 바보잖아, 친구.'(웃음) 바보인 걸 인정하면 편해요. 자기가 바보인걸 모르는 사람들은 정작 주변은 힘들지언정, 본인은 행복할테니까 부럽기도 해요. 전 바보란걸 들킬까봐 불안해서 힘들 때가 많거든요. 


Ceci 그게 당신을 힘들게 하나요? 

아이유 늘 불안해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요. 내일이면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살 수도 있잖아요. 요즘은 되도록 '그래요, 그렇습니다'라고 말하기보다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해요. 예전엔 그게 바보같다고 여겼어요. 마치 '제 이름은 이지은인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어서요. 하지만 그게 현명한거였어요. 제 체질이 바뀐 것처럼, 내일 당장 갑자기 '알고보니 전 바보가 아니더라고요'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걸요. 제가 뭘 안다고 '이래요, 저래요, 이렇습니다, 저렇습니다' 매듭짓고나서 또 그말에 책임을 지면서 살아야 하나 싶어요. 그래서 이젠 열린 결말로 살려고요.(웃음) 




Behind the Sceanes 

 스물한 살 아이유와 이틀에 걸쳐 6시간의 커버 화보 촬영, 1시간 4분 14초의 인터뷰가 끝났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사전에 '아이유스럽다'를 올린다면 어떤 정의로 해석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였다. "누군가는 바보로 보고, 또 누군가는 여우로 볼 수도 있겠죠. 각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저는 모두 다를테니까요. 그저 지금 이 시점에선 생각이 많은 바보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보는 저는 그래요." 곰곰히 생각해 답변을 한 뒤 씨익 웃는 아이유의 미소는 뽀얗게 예뻤다. 그녀의 말처럼 세상에는 바보가 참 많다. 바보라 인정하고 살아가는 영민한 바보는 드물다. 심지어 바보인걸 들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을 휘젓는 백조란 설명은 인상에 깊게 남았다. 대중에게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엔진은 그런 마음이라 여긴다. 아이유의 멘탈에 진심으로 깊이 감동받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이건 평생 가슴에 묻고 살려고 한다. 괜찮은 아이, 멋있는 사람. 이런 친구는 앞으로 무얼하든 오랫동안 찬란하게 빛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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