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B컷


ELLE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부터 정규 3집 앨범 <모던타임즈>발매까지 꽤 달려왔다 
아이유 <최고다 이순신>촬영하면서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변해서 오히려 휴식기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다. 그동안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연기는 이 감정, 저 감정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니까 6개월 동안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한 것 같다. 

ELLE 연기하게 될 거란 생각은 했나 
아이유 가수 준비 하기 전에 연기학원을 먼저 다녔다. 초등학교 때 무턱대고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학원에 다니다 잠시 쉴 동안 가수 오디션을 보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게 된거지. 

ELLE 연기 수업을 받다가 왜 가수로 전향했냐고 물어야 맞는 거네
아이유 중학교 축제 때 벌칙으로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그 3~4분간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 쏠린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아, 이건가 보다 싶을 정도로.

ELLE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첫 출연했을 때 비로소 아이유라는 이름이 각인됐다
아이유 그때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을 때 였다. 'Sorry Sorry''Gee''거짓말'같은 노래를 기타치면서 불렀는데 반응이 좋아서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꽤 기분 좋은 일이 생겼지. 

ELLE 기타로 편곡하며 노래한다는 게 기존 아이돌과 성격이 갈리는 부분이었는데
아이유 사실 편곡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빠른 곡을 느리게 치는 정도? 근데 빠른 곡이 느려질 때 오는 신선함을 대중에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 너무 큰 반응을 얻어서 사기 친 기분이 들긴 했다.

ELLE 티저 영상들을 보면서 이번 앨범은 다채로움에 대한 시도인가 하는 의문이 들던데
아이유 이것 저것 다 해보자 그랬다. 이번 티저 영상은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도전이었고, 아주 재미있게 찍었다. 이 영상이 나갔을 때 반응이 어떨까, 웃기겠다고 생각하면서. 

ELLE 아이유에게 과도기가 왔나 했다.
아이유 티저에서 선보인 비주얼은 트릭이다. 짧은 영상 속에서 줄 수 있는 임팩트라든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디 위한 것이니까, 활동하기 시작하면 '어, 비주얼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네'라는 생각이 들거다. 그보단 음악적인 부분이 많이 변했다.

ELLE 작업 참여도도 높아졌다고
아이유 '을의 연애'와 '기다려'의 작사에 참여했고 'Voice Mail'과 '싫은 날'은 자작곡이다. 

ELLE 언제 그렇게 실력이 늘었나
아이유 작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을의 연애'는 연애 이야기고, '기다려'는 본능에 관한 건데 '네 안에 있는 걸 좀 꺼내봐'라며 호소한다. '싫은 날'은 정말 싫은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ELLE 오늘은 아니지
아이유 집에 가기 싫었던 날, 중학교 2학년 연습생 시절에 써놓았던 일기를 보면서 작사한 노래다. 좋은 숙소에 살았는데 뭔가 계속 추운 느낌이었다. 연습생 때는 누구나 고독하다. 자신에 대한 불신이 아주 강할 때이기도 하고.

ELLE 내가 아는 한 어린 시절, 자신에 대한 불신은 긍정적이다
아이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당시를 떠올리면 그때의 불안감은 진짜 '쥐뿔도 없는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ELLE 연습생 시절이 길었나
아이유 10개월 정도. 1년도 채 안 된다.

ELLE 다른 연습생들에겐 동경의 대상이었겠다
아이유 내가 일찍 데뷔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어려서였다. '얘는 몇번 망해도 시간이 있으니까 해보자'였거든. 준비가 덜 됐으니 데뷔 앨범은 잘 안 될 수 밖에 없었다. 

ELLE 그 다음엔
아이유 'Boo'라는 곡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는데, 나한테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 엄청 부담스러웠다. 불만이 많았는데 어느 날 '네가 이걸 못한다고? 그럼 뭘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후 맘잡고 열심히 활동하니까 어, 팬이 생기기 시작하는거다. 그래서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랬지. 시키는 걸 하다 보니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게 사회생활이구나' 싶더라.

ELLE 깨달음이 빨랐네
아이유 162cm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신체에서도 겨우 주먹만한 뇌로 할 수 있는 생각만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됐다. 그땐 왜 그렇게 튕겼나 싶기도 하고.

ELLE 불필요한 걸 강요하거나 하기 싫은 걸 시켜도 다음 스텝을 위해 할 의향이 생겼다는 뜻인가
아이유 그렇다. 난 아직도 당장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제일 잘하는지 모른다. 단지 하기 싫은 것만 있을 뿐이지. 그러니까 하기 싫은 것도 하게 되는 거다. 난 끊임없이 나에 대한 불신으로 무언가를 하고, 거기서 또 무언가를 얻는데 그게 결국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번 앨범엔 집시 재즈, 보사노바, 스윙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ELLE 몰라서 못하겠다는 얘기, 이번에는 안했나
아이유 당연히 했지. 인터넷으로 재즈와 스윙의 기원도 찾아보고 유투브에서 빅 밴드의 음악을 다 들어봐도 이해가 안 되는거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블루스가 뭐야?"라고 물으면 설명은 못해도 감으론 알고 있지 않나. 내가 그 음악이 뭔지 모르니까 포기해야 하는건가 싶은 찰나에 '그래서 너가 발라드는 아냐? 업 템포 음악은 알어?'라고 자문했더니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그냥 해야 하는 게 맞다. 재즈 음악을 모른다고 재즈를 하는 게 반칙이면 그동안 내가 해온 음악 활동들도 다 반칙이 되는 거니까.

ELLE 자기경영에 대한 논리를 간파한 것 같다
아이유 '못해요, 못해요'를 입에 달고 살다가 그걸 고쳐보려고 이 생각 저 생각 해봤더니 결국 '잘 모르니까 한번 해볼게요'를 이유 삼아 나를 바꿀 수 밖에 없겠더라.

ELLE 가수 최백호와 함께 부른 '아이야, 나랑 걷자'가 인상적이었다
아이유 아버지가 최백호 선생님 팬이신데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 세대의 가요를 많이 듣고 자랐고 좋아한다. 내가 좀 트렌디하거나 세련된 구석이 없다.

ELLE 굳이 따지자면 아날로그 쪽인가
아이유 그렇긴 하지만 완전 아날로그 감성인건 아니다. 그냥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할 밖에.

ELLE 지금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 10년쯤 후엔 엄청난 게 될 것 같다
아이유 어떤 걸 보거나 들을 때 이게 좋은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공부는 하려고 한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별로라고 치부해버리면 사람들이 공감하는 포인트를 놓칠 확률도, 감도 떨어지니까.

ELLE 어떻게 보면 스물한 살의 취향이라는 것도 불신할 만한데
아이유 일단 21년 동안은 한결같았다(웃음). 항상 박시한 옷만 입고, 남자 옷 좋아하고, 먹을 건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어쿠스틱 음악을 좋아하면서.

ELLE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했겠다
아이유 스스로 바보인 걸 안다는 거? 늘 실수에 실수를 거듭한다. 모든 면이 어색하고, 1분 이상 멋있을 수 없고.

ELLE 노래 한 곡은 3~4분이지 않나
아이유 난 내가 노래 부르는 모습조차 어색하다. 하지만 그렇게 바보인 걸 스스로 알아차린 건 기특하다 싶다. 그리고 어떻게든 난 변할테니까.

ELLE 기록하는 걸 좋아하나
아이유 그때 그때의 상황이나 감정들을 남겨놓지 않으면 없어져 버릴 것 같은 불안이 있다. 어제라는 건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르니까 일기를 꼬박꼬박 쓰면서 묶어둔다.

ELLE 문득 아이유의 성장에 도움이 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아이유 이종훈, 이채규 작곡가 그리고 가수 하동균씨.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고 오픈 마인드이며, 속된 말로 스스로 '병신'인걸 안다.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이들이 내 자존심을 지구의 핵까지 떨어뜨리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보면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천진난만한 순수성은 무조건 있어야 할 성향인 것 같다.

ELLE 천진난만이라면
아이유 열정이 아닐까. 난 열정이란 단어와 내가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다. 오히려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 근데 그렇게 재미있어 하면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열정이라고 하더라. 아, 이 마음만 잊지 않으면 되겠구나, 그랬지.

ELLE 많은 걸 얻은 이 시점에 너무 어려서 불안하진 않나
아이유 인기에 기준을 둔다면 불안하긴 하다. 너무 크게 사랑받았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그때보다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기준을 달리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LLE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나
아이유 지난 5년간 한번도 쓰러지지 않고 이 일을 이어온 데는 책임감이 가장 컸다. 책임감이란 팬들에게서 온다. 내가 그만큼 받아 먹었으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했고.

ELLE 팬을 거품으로 비교했을 때 이젠 '버블버블'하지 않을 시기도 되지 않았나
아이유 거품 얘기가 나올 때마다 팬들에게 내가 비누가 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곤 했는데 이제 진짜 그런 시기가 된 것 같다. 믿음을 줘야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ELLE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드나
아이유 세상이 다 그렇지 않나. 하나가 틀어지면 모든게 순차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사소한 것까지 무너진다. 그러니까 불평을 하면서도 잘 굴러가는 지금 이대로, 이 시간이 가장 이상적인 게 아닌가 싶다. 




BELIVE ME NOT
 할 말이 넘치는 마음에 비해 언어는 반 템포 늦게 조립되지만 완성도가 뛰어나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에 가속도를 높이고 있으면서 자신에겐 열정이 없다고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투덜이 기질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으로 와해시키는 스물한 살 애늙은이 아이유는 자신을 불신하는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