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릴 적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마냥 좋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막연히 가슴 속에 담아뒀던 꿈은 우연한 기회에 구체화된다. 체육 시간에 떠든 것에 대한 벌로 선생님께서 “너, 이지은 나와서 노래 한 곡 불러봐.”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계기가 됐다. 주현미의 <짝사랑>을 간드러지게 불러재끼는 열네 살 학생에게 선생님께서는 “넌 벌로 노래를 하라고 한 것인데 뭘 그렇게 신나서 부르냐.”고 꾸중하시면서 동시에 며칠 뒤 있을 체육대회 때 무대에서 노래를 한번 불러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아이유에게 체육대회는 생의 첫 데뷔 무대가 되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받으면서 짜릿함을 느꼈다. 그때 ‘아, 나는 가수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가수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된다. 인터넷 카페를 찾아보면서 혼자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부지런히 보러 다닌 오디션은 안타깝게도 20번 모두 불합격. 떨어진 이유도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심사위원을 관객으로 나만의 무대를 갖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오디션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지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난 가수가 될 거니까 이런 결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가 아이유가 방송에서 인터뷰를 통해 밝힌 데뷔 히스토리이다.
실제로 2007년도에 아이유가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을 봤던 영상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는 소녀. 결과는 탈락이었다. 전문가도, 대중들도 처음엔 아이유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데뷔는 했지만 <부(Boo)>를 타이틀곡으로 한 1집 <그로잉 업(Growing Up)> 앨범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2AM의 임슬옹과 함께 부른 <잔소리>, 성시경과 함께 부른 <그대네요> 등이 인기를 끌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유는 세 번째 미니 앨범 <리얼(REAL)>의 <좋은 날>이라는 곡으로 말 그대로 좋은 날을 맞았다. 후렴구에 아이유가 반 옥타브씩 높여 부르는 ‘3단 고음’은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였다. 3단 고음은 그녀의 존재를 그리고 노래 실력을 확실하게 인식시켰다. 2011년 발표한 2집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 정규 앨범에는 윤상, 김광진, 김현철, 이적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달라진 아이유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제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대표 여자 가수가 되었다. 대중을 사로잡은 아이유의 매력을 뭐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옆집 동생 같은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아이돌 사이에서도 빛나는 뮤지션으로서의 실력 때문에? 실수도 웃어넘기는 털털한 성격 때문에? 어느 것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 이유가 어떤 것이든 아이유의 인기가 쉽게 걷히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저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한 가수의 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면 아이유는 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것만 같다.
대중을 사로잡은 아이유의 매력을 뭐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유가 어떤 것이든 아이유의 인기가 쉽게 걷히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소녀와 숙녀.
스스로는 능청스레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피부 관리를 받으면 다르더라고요.”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아이유 씨’보다는 ‘아이유 양’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외모뿐만 아니다. ‘푸하하하~’ 하고 고개를 뒤로 젖혀 크게 웃거나 별거 아닌 일에도 낄낄거리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소녀. 하지만 어떤 질문에도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있는 그녀는 어떻게 보면 어른이다. ‘이미지 변신은 어떤 식으로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억지로 만들기보다 변할 때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든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 오히려 1집이 실패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지금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행복하면서도 언젠가는 사그라질 수도 있는 인기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녀의 말에서 성숙함이 느껴진다. 너무도 단순하지만 진리와도 같은 ‘그저 지금 이 순간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임을 아는 아이유는 그렇게 성장해가고 있다.
아이돌과 뮤지션
지금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란 단어는 최고의 부러움의 대상이면서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권력이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외모만을 내세운 채 실력은 없다’, ‘반짝 인기로 그칠 것이다’, ‘상업적이다’ 등 여러 가지 말들로 저평가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아이유는 물론 아이돌 가수다. 하지만 이런 공격에서 비껴날 수 있는 것은 오해로 가득 찬 아이돌의 세계에서 아이유만의 색깔을 구축해 새롭게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 하나하나 고민해서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작사, 작곡에도 욕심을 내고 도전하는 면모가 그것.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뮤지션 선배들이 아이유의 앨범에 함께 공동 작업을 했고 그녀가 기죽지 않고 함께 작업을 이뤄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만큼의 발전 가능성이 있고 또 함께 작업하고 싶은 될성부른 나무인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 <내 손을 잡아>, 버려진 유기견을 보면서 인기가 떨어진 후의 연예인의 쓸쓸한 감정을 이입해서 만들었다는 <길 잃은 강아지>가 모두 크게 사랑을 받으면서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계속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유의 다음 앨범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마지막 노력과 운
‘꽈당’ 하고 넘어지는 실수마저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매력을 타고 났다는 사실, 적게는 1년 많게는 7년 정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서 탄생하는 다른 아이돌 가수와 달리 일찍 데뷔를 하게 되었다는 단편적인 부분들을 보면서 참 운이 좋은 가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노력이 숨겨져 있다. 그녀를 만든 3단 고음도 사실 중저음의 목소리를 다양한 창법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노력해서 바꾼 결과물이고 귀여운 시계춤과 테크토닉을 추는 아이유는 사실 자신이 몸치라고 고백했다. 스스로 노력이 필요한 합당한 이유가 생기면 올인해서 열심히 하는 편이라는 한 인터뷰의 답변이 오버랩됐다. 이면의 노력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아이유의 인기가 마법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이 노력하고 있는 아이유가 있다면 대중들이 걸려든 그 마법은 꽤 오래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뮤지션은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이고 아이돌은 카메라 앞에서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IU Q&A>
1 스무 살 아이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형용사를 붙인다면?
여고생 가수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 이제 졸업을 했으니 가수 아이유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다. 스무 살이 되었으니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
2 아이유가 생각하는 ‘인기’란 무엇인가?
악플이든, 선플이든 많은 리플들
3 본인이 생각하는 아이돌과 뮤지션의 정의를 내린다면? 아이유는 현재 어느 즈음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뮤지션은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 아이돌은 카메라 앞에서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직은 아이돌에 가까운 것 같다.
4 함께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과 다음 앨범을 함께 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천둥 오빠가 피처링 해준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같이 녹음을 한다는 사실이 뜻깊었다. 선배님들과의 작업이 정말 좋지만 앞으로는 ‘나’와의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 매 앨범마다 자작곡을 싣고 싶다.
5 국내 가수 중 롤모델은?
김광석, 이소라, 하림 선배님.
6 방송을 하면서 발견한 나만의 강점이 있다면?
관객이 많으면 오히려 떨지 않는다.
7 일을 하며 가장 힘든 때와 가장 감사할 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일이 힘들지는 않다. 자기 전 팬카페에 들어갈 때 매일매일 감사함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
8 최근 하고 있는 아이유만의 피부 관리법이 있다면?
요즘 들어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건조해서 얼굴이 다 터버렸다. 병원에 가야 한다.
9 바쁜 스케줄 속에서 나를 앞으로 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다.
10 이것만큼은 내가 정말 노력해서 얻었다는 것과 이것은 정말 운 좋게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사실 노력이나 운이나 큰 맥락으로 보면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인터뷰&화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NYLON 2011년 5월호 인터뷰 (르꼬끄 화보 촬영 현장) (0) | 2013.08.29 |
---|---|
아이유 인터뷰&화보 링크 (23.04.24 수정) (0) | 2013.08.28 |
101224 PASS 인터뷰 (0) | 2013.06.24 |
VOBUE GIRL 2010년 11월호 (0) | 2013.06.24 |
100129 대학내일 인터뷰 "이런 것만 할 줄 아는 아이 아니에요." (0) | 2013.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