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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화보

VOBUE GIRL 2010년 11월호

daeng516 2013. 6. 24. 17:15



<사과같은 아이유>


VOGUE GIRL(이하 V.G.) 아이유의 앙큼함을 보여주는 콘셉트의 화보예요. 
아이유 처음에 콘셉트 보고 좀 놀랐어요. 이런 화보는 키 크고 날씬하고 예쁜 사람들한테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재미있었어요. 

V.G. 왜 해보지도 않고 미리 겁을 내요? 
아이유 항상 외모에 자신이 없거든요. 멋진 옷 입고 포즈를 취하는 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것 같아요. (V.G. 연예인 맞잖아요.) 하하. 맞다. 근데 난 예쁜 표정도 못 짓고, 나를 꾸미는 일에도 서툴러요. 연예인 같지가 않아요. 

V.G.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편인가요? 
아이유 아쉬운 점은 있죠.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건 진작에 마음을 접었고요.‘연예인 포스’를 갖고 싶긴 해요.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우와, 연예인이다!” 했으면 좋겠는데, 모두들 “어머, 아이유!” 하고 반가워하니까요. 

V.G.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연예인도 많아요. 
아이유 그렇죠. 그래도 ‘영웅호걸’에 처음 갔을 때는 언니들이 너무 예뻐서 기가 많이 죽었어요. 하물며 티아라의 지연보다 1년이나 먼저 데뷔했는데, 지연은 연예인 같고, 나는 왜 그런 카리스마가 없을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  

V.G. 예능감으로 승부하면 되겠네요. 
아이유 순발력 있게 웃기는 건 못하니까 내 차례가 왔을 때 ‘잘 받아 먹으려고’는 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조금만 머뭇거려도 타이밍을 놓쳐요. (V.G. 멍하니 있다가 그런 게 아닐까요?) 멍한 거 아니에요. 실은 굉장히 골똘히 생각하는 거예요. 촬영 동선이나 언니들 참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그때마다 카메라에는 멍한 모습으로 비쳐지더라고요.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요. 

V.G. 최근 가장 오랫동안 생각한 건 뭐예요? 
아이유 예능하면서 알게 됐는데, TV에서 어눌해 보이는 연예인이 진짜 그런 성격이라고 생각하는지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못마땅해요. (V.G. 그런 경험이 있어요?) 연예인이면 누구나 있을 거예요. 학교에서도 가끔 함부로 하는 애들이 있어요. 그럼 나도 똑같이 함부로 대해요. 어쨌든 회자될 건 나일 테니 조심해야겠지만, 막 대해도 되는 상대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예능에 나가고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건 내가 원하는 일이고 적성에 맞아서 하는 거지, 결국 나 역시 그들과 똑같은 고등학생일 뿐이니까요. 

V.G. 방송하는 사람들 중에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누구예요? 
아이유 ‘영웅호걸’하면서 지연이랑도 친해졌고, 원래 친했던 f(x) 루나도 있고, 듀엣으로 노래했던 배우 유승호와도 친해요. 슬슬 93년생 라인을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V.G. 만나면 음악 얘기해요?) 아니요! 음악 얘기 절대 안 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그런지 다 세상 물정 빠삭한 여우들이에요. 소속사 얘기하면서 수익 배분이 몇 대 몇이냐는 얘기도 하고, 관심 있는 남자연예인 얘기도 해요. 누구 한 사람 괜찮아 보인다고 하면, 실제로 얘기해봤는데 그 사람 진짜 별로라고 그런 얘기도 하고요. 

V.G. 착한 남자 좋아한다면서요? 
아이유 그냥 착한 거 말고 ‘진짜 착한’ 남자요. 근데 나보다 잘난 남자는 자존심 상해서 못 사귈 것 같아요. 비교당하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심지어 연예인이라면 더 심하게 비교되겠죠. 그래서 싫어요. 남자 친구한테 멋진 모습만보여주고 싶지, 내가 그 사람 보면서 부러워하고 싶지는 않아요. 

V.G. 아이유보다 잘나지 않은 남자가 멋져 보여요? 
아이유 아이러니컬한 게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에요. 아마 난 잘난 남자 친구 사귀면 그 사람 능력을 뛰어넘으려고 부단히 노력할 것 같아요. 음, 그러고 보니 잘난 남자 만나야겠다, 그래야겠네요. 

V.G. 어쨌든 연예인 남자 친구는 쉽지 않다는 거죠? 
아이유 흥미로운 사람이 없어요. 다들 지나치리만큼 멋져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에요. 이미지로 먼저 알게 되니까 진짜 친해지기 전까진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고요. 한편으로는, 친구 사귀기도 쉽지 않은 곳인데 어떻게 남자 친구를 사귀나 싶어요. 

V.G. 또래 친구들은 다 그룹의 멤버인데 혼자 활동하는 게 힘들진 않아요? 
아이유 다른 애들이 그룹이든 말든 신경 안 써요. 처음엔 그럴 겨를도 없었고요. ‘미아’라는 발라드 곡으로 데뷔했는데, 예쁘게 춤추고 노래하는 그룹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었어요. 그때는 잠깐 의기소침하기도 했는데, 아직 기회는 많다고 생각하고 시키는 거 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랬어요. 

V.G. 기회가 생기면 악착같이 달려들었나요? 
아이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독하니까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그때가 열여섯 살 때인데, 내가 인기가 있든 없든 회사에서 나를 내치지 않고 앨범만 꾸준히 내준다면 인기 있는 가수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내려놓고 나니까 부담감이 사라지더라고요. 

V.G. 그럼, 데뷔하고 인기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나요? 
아이유 막 데뷔했을 때는 인기 스타가 되고 싶었죠. 근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사실 어릴 때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인기 스타가 되는 것도 내가 원하기만 하면 이뤄지는 건 줄 알았어요. 결과적으로 뜨고 싶었는데 못 떴고, 자만했구나 싶었죠. 간절히 원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실망하기 싫어서 욕심을 버리게 되더라고요.

V.G. 가수로서 어느 선까지 올라서고 싶다는 목표 같은 것도 없고요? 
아이유 그런 게 없어요. 여자 솔로 가수니까 주변 사람들이 이효리 선배처럼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그럼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하나 싶어요. 어쨌든 난 인기 스타는 안 어울리는 사람 같고,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가수라는 꿈을 가진 뒤로 다른 걸 시도해보지도 않았으니까 가수가 된 것 같아요. 요즘 인기도 내겐 과분한 것 같아요. 좀 위험할 정도예요. 



V.G. 인기가 많은 게 위험한 거예요? 

아이유 인기가 너무 많으면 나한테 안 좋을 것 같아서요. (V.G. 거만해질까봐요?) 거만해지는 것도 싫고,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아서 신기하고 기쁘지만, 그만큼 별것 아닌 일에도 오해가 생기고, 작은 행동도 조심하게 돼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편하게 일하고 싶은데 자꾸 ‘척’하게 되고요. 인터뷰를 하는 것도 참 재미있는데, 나도 모르게 말에 살을 붙이거든요. 의미 없는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죠. 예를 들어, 노래를 왜 부르냐고 물어보면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어서요”라는 답보다 “좋아서”라고 말하게 돼요. 성공하든 못하든 내가 다른 가면을 쓰는 게 싫어요. 


V.G. 그래도 ‘잔소리’가 1위했을 때는 기쁘지 않았나요? 

아이유 ‘잔소리’로 고생한 적이 없어서 기뻐해도 되는 건가 싶었어요. 만약에 ‘마시멜로우’로 1위를 했다면 펑펑 울진 않더라도 뿌듯했을 거예요. 그래도 활동을 했으니까요. 물론 데뷔하고 처음으로 받은 상이라서 너무 기뻤지만 같이 부른 2AM의 슬옹 오빠 덕분인 것 같고, 작곡가가 받아야 하는 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마시멜로우’로 1위를 못한 게 다행이에요. 나한테 더 잘 맞는 곡으로, 내가 신경 많이 쓴 곡으로 1위 하고 싶어요. 


V.G. 아이유한테 잘 맞는 곡은 뭔데요? 

아이유 노래에 따라 목소리가 굵게도 나오고, 간지럽게도 나와서 콕 집어서 어떤 스타일의 곡이라고 말하진 못하겠어요. 기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목소리이고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곡이에요. 그나마 팝송을 부를 때 마음에 드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팝송처럼 가요를 부를 수 없어서 아쉬워요.  

V.G.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편곡해서 다시 부르기도 했잖아요. 

아이유 그래서 어린 나이에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근데 나이를 배제하고 봤을 때, 가수라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해요.(V.G. 나이를 배제하고 싶어요?)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특혜처럼 누리면서 평가 받고 싶진 않아요. 언젠가 나도 성인이 될 테니까요. 


V.G. 노래를 잘 하니까 듀엣곡을 부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던 게 아닐까요? 

아이유 솔로 여가수가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어요. 보컬 색이 다양한 것도 듀엣곡을 부르기 좋은 조건이고요. 승호와 부른 ‘사랑을 믿어요’, 시경 오빠와 부른 ‘그대네요’를 들으면 귀를 의심할 정도로 다른 목소리예요. 아, 듀엣곡을 너무 많이 불러서 이제 안 하고 싶어요. 


V.G. 아이유는 어떤 목소리가 더 마음에 들어요? 

아이유 어떤 목소리든 자연스러우면 돼요. 대중들은 내 밝고 예쁜 목소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대중 가수니까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죠. 이번 추석 때 손담비의 ‘퀸’을 춤추며 불렀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팬들이 원하는 것도 많고,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어쨌든 무대에서 보여지는 건 하나라서 새 앨범 작업하면서도 고민이 많아요.  


V.G. 새 앨범에선 춤추며 노래 부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아이유 이번 앨범에서는 무조건 노래하려고 했는데 요즘엔 댄스 음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 앨범 타이틀이 ‘마시멜로우’였는데 갑자기 무거운 목소리를 내면 어색해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춤을 출지는 모르겠어요. ‘퀸’ 부르려고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데요. 


V.G. ‘아이유 스타일’은 뭘까요? 대부분의 솔로 가수는 자기 색이 확실한 편이잖아요. 

아이유 그 부분이 좀 아쉬워요.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보여줘서 영역은 넓어졌는데 나만의 스타일이 구축되진 않았어요. 새로 나올 앨범에선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보여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음악도 있고요. 


V.G. 그게 어떤 장르의 음악이에요? 

아이유 한 번쯤은 어쿠스틱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노래하는 거 좋아하긴 했지만 한 장르에 꽂힌 적은 없었어요. 그러다 어쿠스틱 음악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렸었거든요. 근데 그게 이번 앨범은 아니에요. 철저하게 준비해서 완벽한 앨범을 낼 거예요. 절대 조급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서 여유 부리고 있어요. 못하는 걸 욕심 낼 필요는 없잖아요. 


V.G. 못하는 건 안 하겠다는 뜻인가요? 

아이유 내가 잘 하는 게 있는데, 잘 하는 것만으로도 ‘짱 먹을 자신’이 있는데 굳이 못하는 것까지 잘 하려고 발버둥칠 필요가 있나요? 게다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를 부르면 ‘어린애가 뭘 할 줄 알겠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럴 수밖에요. 지금까지 부른 노래가 보컬이 뛰어나서 소화할 수 있는 곡은 아니었으니까요. 아직 난 음악적인 고집을 피울 만큼 실력이 좋지도, 연륜이 쌓이지도 않았다고 생각해요.


V.G. 달관한 듯한 태도네요. 

아이유 생각이 정말 많다니까요(웃음).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마음이지만, 어울리는 것도 불러보고, 좀 안 어울려도 맞춰서 불러보면서 실력을 쌓고 싶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내게 잘 맞을 때까지, 그만큼 내가 클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V.G. 지금 자신의 노래 실력에 점수를 매긴다면요? 

아이유 60점? 정말 짜증나는 건 못하는 것보다 아쉬운 건데요. 조금만 더 준비해서 몇 초만 정신을 바짝 차렸으면 마음에 들게 했을 텐데 그러지 못 할 때가 많아요. 준비성 부족을 이유로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V.G. 좋아하는 노래였다면 더 열심히 준비했겠죠. 

아이유 아니에요. 말로는 절대 무대에 안 올라가겠다고 하면서도 창피할까봐, 인정받고 싶으니까 막상 시작하면 굉장히 열심히 해요. 무대에 선 순간만큼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보여줄 건 다 보여주고 내려와야 하잖아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라면 더 짜릿하겠지만요. 


V.G. 아이유의 콘서트라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유 그것도 쉽지 않아요. 방송을 하면서 보니 나를 아이돌로 분류하더라고요. 아이돌 콘서트에 게스트로 가보면 관객은 노래를 듣는다기보다는 가수의 얼굴을 보러 온다는 게 느껴져요. 내가 무대에 처음 올라갈 때 환호해주고, 그들이 아는 노래를 부를 때 환호해주고, 그러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렀을 때 관객들이 하품하고 딴청을 피우면 어떻게 해요? 관객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로 인해 모르는 노래에도 매료되어 공연을 즐기고,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게 할 만큼 노래를 잘 부를 자신이 없어요, 아직은. 


V.G.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야 할까요? 

아이유 엔터테이너보다는 가수가 나랑 더 잘 어울려요. 음, 어떻게 보면 나는 날 소비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기왕이면 날 현명하게 소비하고 싶어요. 당당하고 똑똑하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연예인으로 산다는 게 족쇄가 되면 안 되니까요. 내가 행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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