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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이 / 유 /


연예인은 이미지를 파는 직업이다. 내면이든 외면이든 부풀려져 전시된다. 그게 성공하면 아우라, 어설프면 허세다. 그런데 아이유에 대해선? 실제보다 못 보여주고 있다는 말들이 많다. 아이유를 보고들은 KBS ‘심야식당’ 윤성현 PD는 “성숙한 가창력과 범상치 않은 재능을 지녔지만, 기획사가 통념상 현재 나이에 걸맞은 모습만 조절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질문을 늘어놓았을 때 아이유가 답했다. “저 이런 노래만 할 줄 아는 아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길과 사랑받는 길, 아이유는 그 사이를 흔들리며 가고 있다.

‘유망주’라는 수식은 데뷔 직후부터 계속 아이유와 함께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적 있는 가수 나윤권은 ‘한국을 대표할 여가수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고, 방송에서 아이유를 한참 응시하다 ‘매의 눈’이라는 우스꽝스런 별명을 얻은 유희열도 그녀를 유망주로 꼽았다. 최근 들어 그녀를 주목하는 시선들이 많아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유가 자신의 노래가 아닌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면서다. 멀티테이너를 표방하는 또래 가수들이 개그맨 흉내를 내거나 늘씬한 각선미를 과시하며 춤추는 동안 아이유는 기타줄을 퉁기며 노래했다.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부터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까지. 예쁜 소녀가수가 가녀린 팔을 흔들며 들려주는 노래. 이제는 생경하기까지 한 풍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머쓱해져서 한마디씩 했다.“이렇게 노래 잘하는 아이가 왜 마시멜로우를 부르냐”고.


‘기타 치는 소녀’라는 이미지로 최근에 인기가 많아졌는데 기분이 어때요. 
기타 잘 치는 친구라고 생각하시니까 부담돼요. 항상 말하거든요. 방송에서 보여드리는 건 제가 틀리지 않을 만큼은 연습을 했기 때문에 그 정도로만 좋게 들리는 거고 절대로 잘하는 건 아니라고. 그런데도 방송에서는 앞뒤 다 자르고 ‘환상적인 기타 연주’ 이런 식으로 포장되니까 괜히 했나 싶어요. 준비하고 보여드릴 걸 너무 일찍 해서 거짓말하고 죄짓는 기분이 들어요. 

가수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어서 오디션 보러 다녔는데 많이 떨어졌어요. 그때는 음 높게 잡고 바이브레이션 많이 하면 잘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건 저랑 맞지도 않고 목을 상하게 하는 창법이라는 걸 몰랐죠.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제 가능성을 봐 주셔서 10개월 동안 연습한 후에 데뷔했어요. 그전의 모습은 다 버리고 기타도 새로 배우면서 편안하게 귓가에 들려주는 어쿠스틱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하고픈 말을 음을 통해 전달하는 게 노래라면, 기교가 없어도 감동을 주는 것이 더 좋은 음악이라는 확신이 이제는 들어요. 

아이유씨에게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대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주위에서 그런 말씀 많이 하세요. 그런데 “너 그 음악 하지마”라고 하시는 건 아니고요. “뭘 하고 싶은지만 잊어버리지 않으면 된다”고 하세요. 전 그게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대중들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데 제 고집만 부릴 순 없죠. 한국의 음악시장은 한 장르가 성공하면 그 쪽으로만 우르르 가니까 선택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너무 좁아요. 저도 요즘 가요를 많이 듣다 보니 처음에 제가 뭘 좋아했는지, 제가 뭘 하고 싶은지를 자꾸 잊어버려서 고민이에요. 무엇에 맞춰야 하는지 누구 말을 들어야 되는지 혼란이 와요. 그래도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제가 ‘마시멜로우’ 같은 음악만 할 줄 아는 아이는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정체성을 이미 ‘대중가수’ 라고 강하게 규정한 것 같네요. 
얼마 전에 이은미 선배님과 함께 화보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이은미 선배님이 “우리는 어쨌든 대중가수다. 대중가수는 자기를 좋아하는 대중을 책임질 필요와 의무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제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저를 좋아하고 기대하시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단 생각이 들어요. 다음 앨범 방향은 정했나요? 아직 결정한 건 없어요. 뭘 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서 너무 고민돼요.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 드리고 싶은데 그게 또 발라드여도 뻔해서 별로일 것 같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되 대중도 좋아할 만한 음악을 하고 싶은데 그 접점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나는 왕따였다 


인터넷으로 팬들 반응 열심히 확인하는 걸로 알아요. 악플에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전 악플 일부러 찾아서 봐요. 그런 친구들은 제가 맞을 줄 모르고 돌을 던지는 거거든요. 자신들이 하는 짓이 나쁘다는 인식도 못하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상처를 보여주는 편이에요. 너무 어이없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너가 던진 돌에 나 맞았으니까 사과해’라는 식으로 답장을 해요. 그럼 정말로 사과하더라고요. 그리고 악플을 봐도 대부분은 마음에 담아둘 말이 아니니까 금방 잊어버려요. “아이유 죽어라” 이런 거 너무 터무니없잖아요. 내가 왜 죽어요. 상처받을 거리조차 안 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적극적이네요. 평소에도 활발해 보이는데 본래 성격이 그런가요? 
저 보기에는 왈가닥이지만 사람 사귀고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어릴 때 전학을 많이 다녀서 그런 것 같아요. 친해질 때쯤 되면 헤어지니까 사람을 깊게 사귈 수가 없잖아요. 어린 친구들의 텃세 같은 것 때문에 왕따도 많이 당했는데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별로 신경은 안 썼어요. 

혼자 있을 때 위안이 되어준 게 음악이었나요? 
음악을 들으면 생각이 많아지니까 그때 많이 들었어요. 아니다, 생각이 없어지니까 그랬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혼자 음악도 듣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책 좋아하면 데뷔하고는 시간이 없어서 거의 못 읽겠네요. 책을 무제한으로 빌려준다고 해서 고등학교 올라와서 도서부 가입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예전보다 더 책 많이 읽어요. 귀욤 뮈소와 공지영 작가님 좋아해서 책 다 찾아 읽고 주위에 추천하고 그래요. 

웃음 때문에 방송사고 나는 영상이 유명해서 성격이 굉장히 밝을 거라 생각했어요. 
조울증 같아요. 특히 요즘은 정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이 많아졌어요. 방송 활동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에 제 스스로 기분을 막 띄워서 그런 것 같아요. 무대에서도 자꾸 웃음이 터져서 질책을 많이 받았어요. 프로의식이 없다는 소리까지 들어서 걱정이에요. 

태연씨랑 박경림씨랑 라디오프로 같이 하는데 그 때도 웃음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 
태연언니와 하는 ‘친한 친구’에선 슈프림팀 오빠들과 같이 하는데, 방송 시작 전부터 웃기 시작해서 방송 내내 웃다가만 와요. 쓰러질 듯 웃다가 운 적도 있어요. 그러니까 태연 언니가 저보고 복근 있을 거라고 해서 거기선 제가 ‘복근 아이유’라고 소개돼요. ‘별이 빛나는 밤에’ 할 때는 박경림 선배님이 워낙 대선배시고 상담하는 분위기니까 거기선 잘 안 웃고요. 

방송 활동 때문에 학교생활 잘 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 텐데요. 
전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아쉽지도 않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대학 가지 않겠다고 말했던 걸로 아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대학 가는 이유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가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전 이미 하고 싶은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잖아요. 직접 부딪혀서 배우는 것이 저에게 훨씬 와 닿을 것 같아요. 어차피 연예인 활동하면 학교 잘 가지도 못하고 유령학생 될 텐데 굳이 갈 필요 있나 싶어요.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할 텐데요?
‘굳이 기회를 걷어찰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전 고집이 세서 웬만하면 남의 말을 잘 안 듣지만 아빠 말씀은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거든요. 아빠는 가수는 평생 직업이 아니라고, 대학을 가면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거라고 하세요. 그 때문에 요즘은 많이 흔들려요. 그리고 굳이 간다면 국문학과 가고 싶지 음악 쪽으로는 가고 싶지 않아요. 



나는 안식이 될 것이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자작곡 만들기라고 들었어요. 
작곡 욕심이 너무 커졌어요. 제가 항상 작곡가 분들과 생활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쓰는 건 못 들어줄 정도죠. 하지만 언젠가는 들을 만한 곡도 나오고 좋은 곡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 활동 끝나면 작곡 공부도 본격적으로 하고 화성악도 공부하려고요. 

작곡뿐 아니라 작사도 하나요? 내용은 본인 이야기겠네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일기를 매일 쓰기 시작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고 다시 읽으면 의외로 건질 만한 생각이 나와요. 작사할 때 써먹어야지 하는 감정들은 따로 적어놓고요. 

남자친구 만들기도 올해 목표라면서요. 이상형이 빅뱅의 태양씨라고 들었어요. 
일단 제 이상형은 착하고 자상한 남자에요. 태양선배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웃으실 때 푸근해 보여서이기도 하지만 제가 무대 위 몸짓을 보면서 소름끼친다는 생각을 처음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 과연 저 정도로 잘 추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멋있어요. 

태양씨와는 연락하나요? 
못하죠. 전화번호도 몰라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에요. 

10년 후의 아이유가 기대돼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서른 살의 저를 상상 많이 하는데 대중가수로 공연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음악으로 사람들이 편해질 수 있는 공연하고 싶어요. 음악 듣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그 음악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게요. 요즘 존 메이어(John Clayton Mayer)음악 많이 듣는데 목소리 하나로 팬을 만들 수 있는 게 가수라는 걸 그 분 통해서 느끼고 있어요. 저는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그렇게 되고 싶어요. 

지금은 ‘실력파 여가수’, ‘여고생 디바’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불리고 싶나요? 
제 2의 누구라는 표현 좋아하지 않지만 설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말한다면 ‘한국의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요. 그 가수처럼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의미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성격이 마니아스러운 것 같아요. 뭐든 좋아하면 깊게 파고드는 것이. 그래서 걱정이에요. 대중가수답지 않은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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