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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I feel Gucci'는 '나 지금 기분 너무 좋아'라는 의미죠. 오늘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스타일도, 사이즈도 잘 맞아서 자신감 있게 포즈를 취했어요. 말수 적고 승마를 좋아하는 젊은 비혼주의자 여성을 상상했답니다(웃음).
Q. 영화 <브로커> 촬영을 마쳤고, <드림>은 내년에 해외 촬영을 이어간다고요. 음악가 아이유가 스스로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다면 연기자로서는 자신을 기꺼이 재료로 제공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앨범 프로듀싱을 맡은 이후부터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됐으니까요. 감독과 작가, 플레이어의 역할을 하다 보면 주체적으로 나를 표현할 자유가 주어지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내 안의 것 외에는 끌어오기 힘든 단점도 있지 않나 싶어요. 반면 연기자로서는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죠. 감독, 동료 배우와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기대치 않은 행운을 발견할 때도 있고요. 두 분야는 항상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저를 자극하고 괴롭히곤 해요.
Q. 지금은 다양한 역량이 강조되지만 '3단 고음'이 아이유를 설명했던 적도 있었어요. 여전히 기술적인 노력에도 관심이 있을까요
5집 <LILAC> 앨범을 만들면서 그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언젠가부터 소리보다 이야기에 더 중점을 주지 않았나 싶어서요. 가창자로서 소리에 대한 연구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트랙마다 많이 불러보고 고민했죠. 저다움을 잃지 않되 신선한 시도를 계속 하려고요. 듣는 분도 그렇지만, 그래야 저도 저한테 안 질리고 음악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Q. 아이유의 음악이 질릴 것 같지는 않은데요(웃음). 커리어적으로 확실히 변환점이 됐다고 느끼는 시기가 있다면
25세에 발표했던 <Palette>요. 그때 기분이 딱, 비로소 쉽게 치워지지 않을 사람이 된 것 같았아요. 연예인 아이유가 일정 수준의 시험을 치르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티켓을 그때 얻었다고 생각해요.
Q. 시험이라고 표현했듯이 평가대에 오르거나 미움받은 시기도 있었죠.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고 친근감을 느끼는 대상이 됐지만요. 아이유에게 대중이란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변화에 대해 솔직하게 쓰고 나누다 보니 친근감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아요. 물론 제 쪽에서 더 애틋한 것 같긴 해요. 대중이 대표성을 띠는 연령대에 따라 의견과 모습을 달리한다면 저는 13년째 쭉 저라는 한 사람으로 사람들 앞에 서고 있으니까요.
Q. 그럼에도 함께 자라온 특정 세대에게 아이유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아이유보다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
남들 마음에 들기 위해 너무 애쓰는 일이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어느 기점으로 확 시니컬해지거나 터프해지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내가 그토록 얻기 위해 애썼던 남들의 호의과 관심이라는 게 사실 내 인생에서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죠. 창피해지는 걸 너무 겁내지 말라는 말도 해줄래요. 저는 그래서 꽤 많은 재미를 놓쳤던 것 같거든요.
Q. 20대의 마지막 앨범 <LILAC> 마지막 곡인 '에필로그'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겠죠'를 비롯해 노랫말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초연해요. 어떤 청자를 상상하며 썼나요
'에필로그'의 청자는 단 한순간일지라도 저를 온전히 사랑했던 모든 사람이에요. 한 번이라도 저와 진심을 나눴던 사람들이죠. 곡 제목의 뉘앙스로 조금 희석시키긴 했지만 제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남기고 싶은 말을 골라서 편지 형식으로 적은, 어찌 보면 유서 같은 글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쓸쓸하거나 외로울 때 떠올렸던 주제는 아니에요. 오히려 충만할 상태였을 거예요.
Q. '외로움;의 개념적 반대말이 없다고 말한 적 있어요. 혹시 지금은 답을 찾았을지
매번 오답 같아요. '들뜸'이 외로움과 가장 멀게 있지 않나 싶었는데, 저는 들뜨면 오히려 외로워지더라고요. '집중'은 어떨까요? 집중한 상태에서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Q. 수많은 사람이 당신의 노래에 웃고 울고 행복해하고 위로받는다는 사실이 본인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훈장이죠. 듣는 이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동력이 될 때가 있고, 스스로의 만족감이 동력이 될 때도 있어요. 두 가지 동력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아요. 자기만족이 좀 더 근본적인 희열이나 성취감이 되는 편이고요. 사람들의 피드백은 저를 좀 더 겸손하고 자기객관적으로 만들어요.
Q. 당신이 이해하는 감정의 폭이 깊고 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타인의 진심이 넘치듯이 흘러들어올 때 어떤지
그럴 때면 저는 연약해져요.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울적한 기분도 들고요. 그래서 어릴 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날 연약하고 슬픈 기분으로 만드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좋아요. 타인의 진심으로 내가 연약해지는 것도 좋고, 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좋고, 혹시라도 울게 되면 더 좋고요.
Q. 지금의 K팝 시장은 시각적으로 놀람을 선사하는 결과물이 주를 이뤄요. 아티스트 아이유의 존재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신기해요. 공유하는 언어가 다른 해외 관객들 입장에서는 퍼포먼스가 대단한 공연을 선호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제 공연은 아무래도 목소리와 서사 위주니까요. 해외 공연의 관객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공연장이 점점 커지는 게 저와 공연팀에게는 뿌듯한 일이에요. 관객 쪽에서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제 노랫말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늘 큰 감동이고요.
Q. 아이유의 음악적 조력자들, 같이 믿고 일하는 사람들은 재능 외에 어떤 것을 가졌나요
열다섯 살 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이자 사고방식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준 이종훈 프로듀서를 예로 들게요. 그때나 지금이나 만나면 작업실에 둘이 앉아 맛있는 음식을 두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한참 하다가 더 할 말 없으면 그제야 같이 끼적끼적 뭘 만들어요. 보잘것 없는 아이디어나 영양가 없는 '뻘소리'도 창피하지 않죠. 제 주변을 구성하는 오랜 조력자들의 공통점이기도 한데요, 저는 일 얘기를 제외하고도 그들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아주 매력쟁이들이거든요.
Q. '아이유의 집콕시그널2'에서 김이나 작사가와의 대화 중 '나만큼 다른 사람(팬)들도 복잡하고 입체적이라는 것'이란 말이 인상에 남았아요. 언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저만 해도 입체적이고 복잡한 사람이니까요. 저를 제대로 이해해 주는 사람들 대부분도 그걸 인정하는 이들이더라고요. 그들 앞에서 숨통이 트이기에 저도 남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남들도 다 너만큼 생각해. 네가 왜 저 사람 생각까지 생각해?" 그러면 화날 일도 줄고, 섣부른 기대도 덜 하고, 상대의 판단에 믿음도 생기는 것 같아요.
Q. 나를 향한 다른 사람들의 정말 깊은 애정, 사랑을 느낀 적 있다면
가끔 공연을 다섯 시간 넘게 진행할 때가 있어요.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부르는 시간을 저희는 '앵앵콜'이라고 하는데, 관객들이 얼마나 예리한지 제가 조금이라도 무리한다 싶으면 그만해도 괜찮다고 소리 질러줄 때가 있거든요. "이제 그만 불러줘도 괜찮아요" "너무 고생했어요"하면서. 그때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마음이 대체 뭘까 생각하게 돼요. 무대 위의 나를 응원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하고 걱정하고 내가 너무 힘든 전투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구나…. 그런 게 다 느껴져요. 그 마음이 고마워서 저는 더 노래하고요. 공연 끝내고 나면 절로 인류애가 샘솟아요.
Q. 스무 살에 부른 '하루 끝'의 가사처럼 순수한 마음은 나이가 들면서 갖기 어렵잖아요. 아이유는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나요
오히려 저는 나이가 들수록 사랑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가 더 방어적이었던 것 같고, 요즘은 사랑에 좀 더 기대해요. 왠지 다 알 것 같은 사람을 만나서 서로에게 안전한 행복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죠. 근데 뭐 너무 불같아서 초가삼간 다 태워 먹는 사랑도 좋아요.
Q. 언젠가 사람들이 아이유의 음악을 덜 듣게 된다면
'잔소리'로 첫 1위를 하고 '좋은 날'로 곧바로 다시 1위를 하며 '어쩌면 지금부터 내 인생이 좀 달라지겠구나'라고 느꼈던 열여덟 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종의 훈련처럼 해오던 상상이에요. 아주 잠깐 씁쓸할 수도 있겠지만 금방 받아들일 거예요. 제가 또 정 없을 정도로 적응이 빨라서(웃음). '솔직히 정말 오래 해먹었다'하면서 스스로 한 번 칭찬해 주고 그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 듣는 음악을 들어볼래요.
Q.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지더라도 사람끼리는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콘서트에서 했던 말로 기억해요. 세상과 사람을 향한 이런 기대와 애정은 어디에서 오나요
제가 살면서 받아본 온전한 형태의 사랑과 제가 누군가에게 주었던 사랑을 통해 사람이 사랑할 만한 대상이라는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혹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요. 인간은 사랑할 가치가 없고, 산다는 것을 단순히 형벌 같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시니컬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어요.
Q. 아이유의 사랑받는 노래 '이름에게'를 떠올리며, 아이유에게 이지은이라는 이름은
든든해요. 이번 생같이 으쌰으쌰해서 잘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jjEOU4lE-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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