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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is Not There-
솜털 보송보송하던 소녀에서 제법 농익은 눈빛과 스토리가 담긴 노랫말을 읊조리는 뮤지션으로 성장한 아이유.
속내는 쉬이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그녀와, 데뷔 8년 차 가수 아이유로 살아가는 요즘의 이야기를 나눴다.
Editor 최성민 / Photographer 목정욱
"오랜 시간 '나는 행운아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는데, 최근 새로운 좌우명을 세웠어요. '한 번 사는 거다'로요. 이렇게 생각을 고쳐먹으니 자투리 시간이라도 허투루 보낼 수 없게 돼요. 지금의 20대는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이 나이의 진가를 충분히 누릴 거예요. 후회없이 행복한 스물세 살을, 스물네 살을 그리고 스물다섯 살을… 살 거예요."
"선배님들과 작업하면서 생각이 더 많아졌어요. 그리고 저는 완전한, 아니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20대 소녀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에게는 그만큼 선배님들의 존재가 크고 소중하거든요."
Ceci 아이유는 인터뷰로 만나기 어려운 스타예요. 당신을 원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 비견하면 더더욱 말이죠.
아이유 인터뷰하는 건 좋아하는데,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대개 앨범이 나오면 여러 언론 매체를 돌면서 하는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처럼 잡지 촬영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요. 아무래도 솔로 가수다보니 이미지 소모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앨범을 통해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편이 옳다고 생각한 회사의 뜻이기도 하고요.
Ceci 작사가 김이나는 아이유를 '타고난 그릇이 정말 큰 아이'라고 했어요. 에디터가 보는 아이유는 뭐랄까, 딱히 좋을 것도 특별히 싫을 것도 없는, 일상의 사소한 감정사를 초월한 사람처럼 보여요. 귀엽고 환하게 웃으며 노래하는데 서늘한 기운도 느껴지고.
아이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간혹 있어요. 정작 저는 제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생각이 시시각각 바뀌기도 하고.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터뷰가 조심스럽기는 해요. 인터뷰할 당시는 솔직히 말하지만, 자주 생각이 바뀌니 의도치 않게 말을 번복한다는 오래를 사기 십상이니까요. 저를 밝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그늘이 있어 슬퍼 보인다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제겐 그 두 가지 면이 모두 있나 봐요. 타인의 시선에는 큰 거부감 없이 수긍하는 편이에요.
Ceci '아이유'와 '이지은'은 얼마나 다르고 또 얼마나 일치해요?
아이유 딱히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애매하지만, '이지은'은 최대한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단순하려고 하죠. 그리고 '아이유'는 좀 더 신중히 행동하고, 생각이 무척 많아요. (Ceci 그건 대중을 대해야 하기 때문인가요?) 네, 맞아요. 그런 부분이 달라요. 그런데 요즘은 이런 모든 것이 조금씩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차피 이지은과 아이유 두 모습 모두 '나'인데 굳이 구분 지으며 제 자신을 괴롭히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너무 치열하게 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Ceci 대중이 아이유에게 품은 오해는?
아이유 글쎄요. 좀 전에 말한 것처럼 예전에는 '나 그렇게 밝은 사람 아닌데?' 혹은 '나 그렇게 어두운 애 아니야'라며 하나하나 해명하고 싶었지만, 인정하고 나니 되려 마음이 편해요. 꼭 하나를 꼽자면 '아이유는 독하다' '야망이 크다'는 말요. 저, 그렇게 강한 사람 아니거든요.(웃음)
Ceci 스스로에게 엄격한 건 뭔가요?
아이유 많아요. 연예인으로서 예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 체중 관리도 해야 하고, 그 중 가장 엄격한 건 가사 쓰는 거죠. 곡 쓰는 일에 대해서는 제 스스로도 '나 너무 피곤하게 구는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밀하게 노력해요. 그 누가 판단하는 것보다 가장 까다로운 잣대를 든 사람은 제 자신이고, 타인의 평가에 쉬이 흔들리지 않아요. 주변에서 걱정 섞인 반응이 나와도 스스로 확신이 서면 밀어붙이는 편이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주위 반응에 개의치 않고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쥐고 있어요. (Ceci 그건 자신의 감각을 믿는 게 아닐까요?)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이유도, 기준도 모르겠지만 저만이 아는, 순간의 감성을 믿죠. 다른 건 몰라도 곡 작업에서는요.
Ceci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해 보이지만 속마음은 강하다는 의미를 '외유내강'이라 하는데, 아이유는 '내강외유' 스타일이라죠? 속은 곧고 꿋꿋하나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다는 의미로 요즘 십대들이 닮고 싶어하는 스타가 아이유라고 해요.
아이유 하하! 그래요? 처음 들었어요. 일단 기분은 좋은데, 글쎄요.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은데. 겨우 제 자신을 지킬 만큼? 무너지지 않을 정도예요. 약해 빠지지도 않았지만, 누구나 이만큼은 스스로 지키면서 살아가잖아요. 더러 그런 사람 있잖아요. '이 사람은 속이 너무 좋고 늘 배시시 웃기만 하더라' 실제로 저희 언니가 그렇거든요. 그런 언니도 내면에는 단단한 심지와 알맹이가 있어요. 겉모습이 다를 뿐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있죠. (Ceci 별다른 게 없다고 말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어요. '무도가요제'만 해도 그래요. 노래는 물론 프로듀싱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이 놀라웠죠.)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어요. 물론 저도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요. 박명수 샘의 보컬 톤을 살리고 싶었고, 거기에 제 목소리를 균형미 있게 얹고 싶었어요. '무도가요제'의 유일한 남녀 듀엣이자 댄스도 해야 하며, 가사에 스토리도 담고 싶었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었죠. 정말 '아~! 진짜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푸념이 끊일 날이 없었어요. 게다가 저는 자작곡으로 정평이 난 가수도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음원깡패'들을 상대로 한 대결이니 쟁쟁한 라인업을 볼 때마다 풀이 죽을 수밖에요. (Ceci 시청자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처음부터 되레 선배들이 아이유를 좇는 기분이 들었어요. '복면가왕'에서 뛰어난 청각이 빛을 발하며 모든 출연자가 아이유의 청각을 맹신했잖아요.) 아, 그것도 운이 좋았던 거죠. 요즘 제가 즐겨 듣는 음악의 가수들이 모두 출연하셨거든요.
Ceci 가요제만큼이나 뒤풀이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출연자의 입을 통해 전해졌어요. 특히 혁오를 질투하는 듯한 발언으로 실검을 뜨겁게 달군 자이언티의 말에 대해 해명(?)을 한다면?
아이유 자이언티와는 알고 지낸 지 오래됐어요. 평소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사이죠. 그런데 뜬금없이, 갑자기! '저 요즘 이 노래 자주 들어요'라고 하기가 너무 새삼스럽잖아요. (하하) 최근 제가 꼽은 최고의 뮤지션이자, 가장 제 취향이기도 한 자이언티와 혁오는 대단한 실력파예요. 자이언티는 일단 노래를 너무 잘하는데 가사 전달력도 좋고, 심지어 그 가사를 본인이 직접 쓰죠. 처음 본 순간부터 두말없이 '천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오혁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도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고, 저와 동갑이라는 말을 듣고 한 번 더 놀랐어요. 그런데 '무도가요제' 녹화 당시 오혁은 친분이 전혀 없었고, 자이언티와는 이미 친하게 지내던 터라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을 뿐이죠. 아마 자이언티고 장난기가 발동해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Ceci 자신의 말에 엄청난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나요?
아이유 많이 느끼죠. 말을 내뱉기 전 충분히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요즘 어휘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가끔 '나 왜 이렇게 말을 못하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차라리 생각을 정리해서 가사로 써볼까 싶어요.
Ceci 얼마 전 혁오와 함께 '제비다방'에서 공연했죠?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요.
아이유 정말 단순해요. 어느 날 오혁에게 전화가 왔어요. 오혁 뭐 해? 아이유 그냥 있어. 오혁 너 9월 1일에 뭐해? 아이유 아무것도 없어. 오혁 오예~! 오예~~! 아이유 왜? 오혁 제비다방에서 공연하자. 이게 전부예요.(웃음) 제비다방을 검색해보니, 분위기도 좋고 예뻐서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기서? 갑자기? 공연을? 왜?' 하는 생각도 들었죠. 그때는 중국을 오가며 광고 촬영 등으로 한창 바쁜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마음먹게 한 오혁의 한마디는 '93 파워를 보여주자!'라는 말이에요.(하하) 제가 소속감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거든요. 오혁이 그런 저를 제대로 저격했죠.(웃음)
Ceci '프로듀사' 속 신디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아이유는 연기도 잘하더군요. 참 능청스럽다고 느낄 만큼.
아이유 노래할 때와는 다른 쾌감이 느껴지는 게 바로 연기예요. 혼이 쏙 빠질 것같이 빠른 진행이 정신 없지만, 연기에 집중하는 그 시간만은 행복하죠. 특히 신디는 연예인 역할이고, 여러 가지 설정이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게 많아요. 걸 그룹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10년 차 신디와 8년 차 솔로 가수 아이유. 적개심 많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등 사람들이 흔히 예상하는 연예인 모습과 가장 비슷하게 그려진 캐릭터. 신디, 매력 있어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이. (Ceci 실제 아이유와 싱크로율은?) 70%
Ceci 지금까지 들려준 음악과 최근 '무도가요제'의 무대까지 쭉 이어서 보니 변화의 진폭을 큰 편이지만 뭔가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다분히 계획적인 듯한. 아이유가 의도하는 대로 그려지고 있는 건가요?
아이유 원하고 계획하던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에요. 어찌어찌 열심히 살다 보니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알맞은 시기에 이곳까지 오게 된 거죠. 그리고 어느새 스물셋이 됐어요. 데뷔 곡 '미아'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질 높은 음악을 아무런 의심 없이 선뜻 권해주신 두 분의 프로듀서님들과 스태프들이 제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자양분을 아낌없이 쏟아주셨어요. 김이나 작사가님이 제가 대중에게 '아이유는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가수구나'라는 감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소중한 생각을 제가 부른 곡들의 노랫말로 잘 녹여주셨어요.
Ceci 양희은 선배님이 아이유에게 '네 목소리를 너무 믿지 말라'고 조언을 했어요. 그 조언이 아이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그리고 어떤 의미예요?
아이유 조금 더 뭔가를 담아보라는 말씀 아닐까요? 선생님의 조언을 듣는 순간, '와, 맞아! 어떻게 아셨지? 히히히힛! 진짜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현재 저에게 가장 필요한 말씀을 해주셔서 놀랐죠. 스스로 한계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요령이 생긴 거예요. 노력 없이 더 많은 걸 구겨 넣으려다 선생님께 딱! 들켰죠. 정신이 바짝 들고, 새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Ceci 아이유의 '성공 공식'은?
아이유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을 되새김질하며 살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어떤 거 하나를 포기하고 털어낼 때 세상에서는 다른 한 손에 무언가를 쥐여줘요. 지금까지는 늘 예외 없이 그래왔고, 앞으로도 적당히 포기해 가며 가치 있는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Ceci 예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꽤 풍요로워졌을 텐데, 삶도 그만큼 행복해졌나요? 아이유에게 돈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아이유 돈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돈이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숫자에 휘둘리지만 않는다면요. 확실한 건 돈은 사람에게 뭔지 모를 자신감을 심어주죠. 얼마 전 엄마와 돈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예전에 비해 많이 벌고 있지만 그만큼 씀씀이가 커져 돈의 가치를 잃고 있는 거 같았거든요. 10만원만 있어도 숨통이 트일 것 같은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더 큰 돈에도 둔감해지는 저를 보며 행복해질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오랜 생각 끝에 지금 이상의 재산은 사실상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부모님도 저의 뜻에 동의해주셨어요.
Ceci 2년 후 아이유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유 2년 후면 크게 달라지진 않겠죠? 지금보다 조용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Ceci 지금도 충분히 조용한데 이보다 더 조용해진다고요?) 요즘 '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말은 줄일수록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2년 후 아이유는 지금보다 좀 더 과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너무 폐쇄적인 사람이 되진 않을 거고요. 행동하는 건 지금보다 자유로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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